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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가 없어서...



전례가 없어서...

1789년(정조 13년)에 사도세자의 무덤을 이장해야 했다. 조선에서는 이런 왕실행사에 백성들을 무상으로 사역하는 것이 관례였다. 물론 무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고, 왕이 하시는 일이니 백성들이 자원해서 응모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정조는 이런 관행이 전례를 핑계로 백성들을 괴롭히는 처사라고 금지했다. 대신 임금을 지불하고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서울의 사대부들은 왕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들이 나서서 차출해 놓고는 백성들에게 자원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 그러고는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정조는 호통을 쳤다. 백성을 위하는 일에 전례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례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 혁신이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전례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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